
오늘(3일) 대선 투표날을 맞아 연예계가 정치적으로 선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와 가수 아이유가 각각 보수와 진보 진영의 상징적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카리나는 지난달 27일 인스타그램에 빨간색으로 숫자 '2'가 적힌 점퍼를 입고 '장미' 이모티콘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가 특정 정당 지지 의혹을 받았다. 대선 후보 간 마지막 TV 토론이 진행되던 시각에 게재된 사진이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카리나는 곧바로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고,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일상적인 내용을 SNS에 게시한 것일 뿐 다른 목적이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해외 팬들은 카리나에게 'MAGArina'라는 별명을 붙이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구호 'Make America Great Again(MAGA)'에 카리나의 '리나'를 결합한 것이다. 백지원 국민의힘 대변인, 이수정 국민의힘 수원정 당협위원장, 가수 JK김동욱 등도 공개적으로 카리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아이유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집회에 참석하는 팬들을 위해 음식과 음료를 선결제하면서 '좌이유(좌파+아이유)'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진보 진영의 대표 인물로 여겨지고 있다. 아이유는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팬들을 위해 빵 200개, 음료 200잔, 떡 100개, 국밥 200그릇을 선결제했다.
이에 극우 성향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아이유를 비난하며 불매운동까지 주장했다. 아이유의 SNS에는 집단적인 악플 테러가 이어졌고, 이를 본 팬들이 선플로 대응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이유는 지난 대선 사전투표 인증을 하면서도 모자부터 마스크, 셔츠까지 모두 무채색으로 맞춰 정치색 논란을 의식한 모습을 보였다.
연예계 전반에서도 정치적 목소리가 선명하게 갈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진영에는 방송인 김흥국을 필두로 연예인 10명이 공개 지지에 나섰다. 김흥국은 "김문수 대통령 실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고, 개그맨 이혁재는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이 진보 성향을 보이면 개념 있다는 평가를 받는 분위기 때문에 보수 성향 연예인들이 목소리 내기 어려웠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탄핵 정국 당시부터 원더걸스 출신 핫펠트 예은, 아이즈원 출신 이채연, 배우 한예리·신소율·고민시 등이 국회 앞 집회에 직접 참석했고, 가수 이승환은 집회 무대에서 공연을 펼쳤다. 박찬욱 감독은 "윤석열과 헤어질 결심"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빵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정치적 중립을 표방해온 연예계에서 이처럼 양극화된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의 변화된 분위기를 반영한다. 특히 팬덤 중심의 젊은 세대가 정치에 참여하면서, 스타의 일상조차 ‘정치적 상징’으로 소비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카리나 측은 “의도 없었다”고 말했지만, 이미 온라인은 그녀를 정치적 아이콘으로 삼고 있고, 아이유는 의식적으로 정치색을 배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좌파 연예인’이라는 프레임을 피하지 못했다.
스타의 정치 참여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이 정치적 진심인지, 단지 상징으로 소비된 것인지는 여전히 분별이 필요하다. 팬과 대중, 그리고 연예인 스스로도 이 경계에 대한 인식과 책임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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